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한 방법
<왜 마음 챙김 명상인가? Wherever You Go, There You Are>, 존 카밧진 Jon Kabat-Zinn(원저 1994)
미국 심리학자 존 카밧진이 쓴 <왜 마음 챙김 명상인가?》 는 명상의 기본 요소를 설명하며 이를 일상생활에 응용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스트레스나 통증,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모든 이에게 마음 챙김 명상의 핵심과 활용법을 간단하면서도 쉽게 소개한다.
이 책의 서두에 나오는 마인드풀니스 Mindfulness란 먼 옛날 불자의 실천이다. 자신을 깊이 헤아리고 세계와 조화를 이루는 것이 마인드풀니스이며 이를 실천해야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덧붙여 명상은 특수한 행위가 아니며 참된 자신이 되고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이라고 말한다.
존 카밧진은 미국 매사추세츠대 의과대학 명예교수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음 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 창시자다.
그가 개발한 프로그램 MBSR은 세계 각국의 기업, 병원, 학교, 교 도소, 군대, 프로스포츠 팀 등 도처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의 연구는 의료계뿐만 아니라 뇌 과학, 심리학자들에게도 큰 영 감과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행동 치료 3세대의 물결
임상심리사와 정신과 의사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전자는 주로 심리학을 공부하고 후자는 의학을 공부한다.
후자는 약물치료를 할 수 있지만 전자는 할 수 없다. 나는 "무슨 일이든 이점은 결점, 결점은 이점이 된다"라고 자주 말 한다. 심리사가 약물 치료를 할 수 없다는 점은 결점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점이기도 하다. 우울증과 일부 정신질환에 약 물이 다 효과가 있지는 않다. 질병 구조를 완전히 이해한 게 아니어서 모든 우울증에 효과가 있을 리도 없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 주류였던 시절에는 정신분석을 우울증에 적용하려는 긴 시도가 있었다.
신경증은 '꿈 분석'으로 적으나마 효과를 봤지만 우울증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음이 드러났다.
이 가운데 행동주의를 토대로 한 행동 치료와 인지심리 학적 관점을 더한 인지행동 치료가 심리 치료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불안장애나 우울증에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했다.
행동 치료를 1세대, 인지행동 치료를 2세대라고 했을 때 현재 3세대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키워드가 마인드풀니스다.
마인드풀니스란 무엇인가?
자신을 깊이 알고 세계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 존 카밧진이 초기 저서에서 설명한 바에 따르면, 마인드 풀니스란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방법, 즉 매 순간의 깨달음 상태를 말한다.
그 상태에서 인간은 아무것도 판단하지 않고 마음에 다가오는 다른 감각, 생각, 지각을 수용한다.
- Mindfulness는 영어 단어로도 형태가 묘하다.
- Mind(마 음)라는 명사에 접이사 -ful이 붙어 굳이 말하면 '마음이 가득 찬, 마음으로 가득 찬'이라는 형용사가 된다.
- 여기에 접이 사-ness가 붙어 명사화된 것이다.
그럼 '마음이 ㅇㅇ으로 가득 찬 상태'로 번역해야 할까? 무엇이 마음으로 가득 찼다는 것일까?
그 대상어에 해당하는 부분이 없어 언뜻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는 몸을 말한다.
여기서 Mind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마음'이라는 단어보다 좀 더 이성적이고 능동적인 어감을 포함한다. '
생각하다'라는 의미를 포함하는 단어다.
마음은 뭔가를 느끼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마음을 쓰다'라고 할 때의 배려에 가깝고 의식을 널리 퍼뜨린다는 의미다.
자신의 몸 구석구석까지 의식을 퍼뜨리는 것이 'Mindfulness’다.
이런 묘한 영어 단어는 왜 생겼을까?
원래는 팔리어 Pali Language의 'Sati'에서 유래한 신조어다.
존 카밧진은 이 책의 서두에서 마인드 풀니스란 먼 옛날 불자의 실천인데 불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이 아니라
(불자가 목적으로 하는) 세계와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과 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불교의 목적은 불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불교를 통해 뭔가를 깨닫는 것이므로 카밧진은 마인드 풀니스의 목적도 불 교와 같다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자신을 깊이 헤아리고 세계와 조화를 이루는 것이 마인드 풀니스이며 이를 실천해야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고 존 카밧진은 주장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명상 실천 입문서다.
존 카밧진은 명상은 특수한 행위가 아니며 좀비가 되거나 동양 철학자가 되는 것도 아니라고 표현한다.
명상은 자신이 되는 것이며 내가 누구인지 아는 과정이다.
쉽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간단히 말해,
과거나 미래를 고민하는 대신 자기 몸의 현 상태에 더 주의하고 마음을 쓰라는 뜻이다.
'몸 살피기 Body scan'라는 기법이 있다.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내가 현재 어떤 상태인지 의식하는 행위다.
마인드 풀니스는 이렇게 의식으로 몸을 충족시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일 이 잘 풀린 적이 없었잖아. 분명 내일도 일이 꼬여서 엉망이 될 거야'라는 생각은 버리고 현재 자신의 몸에 의식을 집중해야 한다.
이런 기법이 우울증과 같은 마음의 병에 효과적인지는 확실히 증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 마음 치유를 한 사람이 많은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금 이 순간을 중시한다
마인드 풀니스의 어원은 팔리어의 'Sati'라고 소개했는데 'Sati'를 한자로 번역하면 '염이다.
이 한자는 <만요》 (7세기 후반~8세기에 제작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가집-옮긴이) 시대에 '생각하다'라는 뜻으로 쓰였다.
염은 '금'과 '심'으 로 이루어졌다.
'금'은 병에 뚜껑을 닫는 모양이므로, 풀이하자면 마음에 가득 채우듯이 생각하다'라는 뜻이 된다.
그런 맥락에서 생각하면 마인드 풀니스는 '지금 마음을 충만하게 하다'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과거나 미래를 생각하기보다 현재의 마음을 충족시키는 것이 염이자 마인드 풀니 스이며 Sati다.
지금 마음을 충족시킨다는 생각은 실존주의와도 통한다.
나치 수용소에 갇혀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명저를 남 긴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의 체험이 마음에 와닿는 이유는 무엇일까?
좀처럼 경험할 수 없는 가혹한 상황에서 '지금, 이 순간의 심리가 다른 여러 상황에서의 심리와 통하기 때문이다.
프랭클과 같은 상황에 처해야만 실존주의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 초점을 맞추는 마인드풀니스의 실천 방식은 더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한 힌트 가 될 수 있다.
의학부 소속이던 존 카밧진은 원래 정신과 의사였지만 불교에도 조예가 깊어 미국 매사추세츠대 메디컬센터의 스 트레스 클리닉을 개설했다. 그리고 '스트레스 대처 및 완화 프로그램'을 개설해 지도하고 있다.
의학과 불교의 접점인 선"을 매개체 삼아 심리치료를 전개한 것으로 보인다.
만성 통증이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환자를 대상으로 주의 집중력으로 높여 긴장이 완화된 상태를 만들어준다는 이 방법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심리학적으로 그의 사상은, 행동 치료에서 인지행동 치료로 이행하는 흐름 속에 동양적인 '행'의 요소를 받아들인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는다.
멋대로 보고 느끼는 뇌
뇌는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
영국 BBC에서 주최하는 리스 강연은 매년 한 차례 명사를 초청해 대중에게 소개한다.
2003년, 이 권위 있는 리스 강단에 세계 최고의 뇌과학자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이 섰다.
이 강연에서 그는 뇌의 기본적인 메커니즘에서부터 시지 각과 같은 인지 그리고 예술과 같은 고차원 인식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이해를 제공한다.
라마찬드란은 뇌가 어떻게 세상을 인식하는지 밝히며, 인간에 대해 던졌던 전통적인 철학적 문제를 이제는 뇌과학의 영역에서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뇌는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는 이때의 강의를 기초로 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엮은 책이다.
이 책은 <라마찬드란 박 사의 두뇌 실험실 Phantoms in the Brain>에 이어 임상연구에서 얻은 정보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라마찬드란은 환각지나 공감각 같은 희귀한 신경 이상 사례를 통해 우리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흥미롭게 설명한 다. 더 나아가 '예술이란 무엇인가', '자유의지란 무엇인가, '자아란 무엇인가'와 같이 지금까지 철학의 영역에 속한다고 여겼던 질문에 뇌과학자로서 새로운 해답을 제시하며 과학과 인문학 두 문화의 연결을 시도한다.
빌라야누르라마찬드란은 철학박사이자 의사로 현재 캘 리포니아의 신경과학연구소와 스탠퍼드의 첨단행동과학연 구소, 조국인 인도의 과학아카데미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미국 <뉴스위크 Newsweek>가 뽑은 '21세기 우리가 주목해 야 할 가장 중요한 100명'에 선정되었다.
뇌 속의 혼선과 단선
뇌신경 과학자 빌라야누르라마찬드란의 주제는 혼선과 단선이다.
그는 지각과 감각의 신체적 기반이 뇌에 있다는 것을 전제로 환각지 (절단된 팔이나 다리가 실제로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편측 공간 무시 USN, Unilateral Spatial Neglect (대뇌반구에 장애가 있을 때 반대쪽 공간의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다),
카그라 증후군 capgrassyndrome (가까운 지인이 생김새는 똑같지만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느낀다),
공감각(소리를 들으면 색이 보이는 등 여러 감각이 동시에 나타난다) 등의 이상현상은 뇌 속의 혼 선과 단선에 따른다는 사실을 일련의 연구를 통해 설명했다. 이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세 권의 책으로 냈는데 뇌는 어떻게 세상을 보는가?》는 그중 두 번째 책이다.
라마찬드란 은 이 책에서 우리의 뇌 속에는 의식 주체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무의식과는 조금 다른 의미인데, 의식하는 것만이 우리의 행동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책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대목은 환각지 증상을 치료한 사례다. 환각지란 사고 등으로 절단된 손이나 다리가 마치 실제로 있는 것처럼 느끼거나, 경우에 따라 없는 부위가 아파 견딜 수 없는 증상을 말한다. 대규모 전쟁으로 인해 사 지절단자가 늘자 환각지 증상은 큰 사회문제로 떠올라 관심 이 집중되기도 했다.
라마찬드란은 환자 옆에 거울을 놓고 손이 있는 것처럼 연출해서 보여주면 환각지통증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 내용은 《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 실험실》에서도 자 세히 소개된다.
놀랄 만한 공감각 능력을 가진 이들
일본 리쓰메이칸대 심리학 교실을 개설한 나이토 고지로 内郎는 색청(소리 자극에 의해 본래의 청각 외에 특정한 색채 감각이 일어나는 현상-옮긴이) 증상이 있었다. 모든 소리가 특 유한 색채로 보인다는 기록이 대학교 심리학 연구실에 남아 있다.
어떤 연예인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은 소리를 들으면 색이 보인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시절에도 음악시 간에 노래를 들으면 색이 보였고 그 색감과 분위기를 곡의 감상으로 말하자 선생님이 크게 칭찬해 주었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그 라디오 프로그램은 책 소개 코너가 있어서 사연에 어울리는 책을 한 권씩 소개했는데, 그날의 책은 바로 라마찬드란의 저서였다.
이렇게 다른 감각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을 '공감각'이 라고 한다. 공감각을 지닌 사람은 200명 중 한 명 정도라고 추정된다. 공감각 현상은 약 100년 전 영국의 심리학자 프랜 시스 골턴 Francis Galton이 처음 기술했다.
놀랄 만한 공감각을 지닌 사람들 중에는 숫자마다 서로 다른 색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 5는 항상 빨간색, 6은 초 녹색으로 보이는 식이다. 아래 그림으로 한번 실험해 보자.
- SSSSSSS
- 5552555
- 5555525
- 5555555
2는 몇 개일까?
총 28개 숫자 중 '2'는 몇 개일까?
숫자가 모두 똑같은 색으로 보이는 경우라면 여러 번 들여다봐야 할 테지만, 만약 2와 5가 서로 다른 색으로 보인다면 단번에 두드러져 보일 것이다. 2가 몇 개 섞여 있는지 세기 쉬운 것은 물론이다. 여기서 누가 정상이고 누가 비정상일까? 공감각은 정말 이상 증 상일까?
공감각은 일반적으로 200명 중 한 명가량 나타나는 현 상이어서, 극소수에 속하는 부류는 곧 비정상이라고 속단하 기 쉽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 보라. 200명 중 199명이 뒤 섞인 숫자들을 단번에 구분해 낼 수 있고 나머지 한 명만 그 런 능력이 없다면 과연 누가 정상이고 누가 이상한 것일까? '서로 다름은 그저 개성일 뿐임을 공감각이라는 주제를 통 해 생각해 볼 수 있다.
| 와일더 펜필드의 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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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찬드란은 자신의 학설을 강화하기 위해 뇌신경 과학 자 와일더 펜필드 Wilder Penfield의 뇌지도를 참고했다. 뇌지도 는 다양한 뇌 부위의 기능을 말 그대로 지도처럼 그려 표현 2 한 것이다. 뇌 부위와 인간 정신의 관계에 대해서는 여러 주장이 있지만 현재는 뇌 부위마다 다른 역할을 한다는 '국재설'이 지지를 얻고 있다.
'골상학'이라는 학문을 들어보았는가? 19세기 초 서양에 서는 '이마가 넓은 사람은 머리가 좋다'는 통설이 널리 퍼져 있었다. 19세기 중반이 되자 폴 브로카 Paul Broca는 뇌의 특정 부위가 손상되면 실어증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뒤 이어 칼 베르니케 Carl Wernicke도 똑같이 입증했다.
20세기가 되자 대뇌 해부학이 발달했다.
알프레드 캠벨 Alfred Walter Campbell은 침팬지와 인간의 대뇌를 비교해 대뇌를 20개의 서로 다른 영역으로 분류한 뇌지도를 만들었다. 코 르비니 안 브로드만 Korbinian Brodmann은 대뇌피질 조직의 신경 세포를 염색해 동일한 조직 구조를 가진 부분을 똑같은 색은 로 착색하고 뇌의 구조적 시스템을 가시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뇌는 52개 부위로 나눌 수 있다(그의 뇌지도는 현대에도 쓰인다). 와일더 펜필드는 또다시 획기적인 방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펜필드는 뇌전증 치료를 위해 뇌의 특정 부위를 절제하는 수술을 시행했다. 그리고 1933년 개두술을 실시할 때 대 뇌피질을 약한 전극으로 자극해 특정 부위에 자극을 주면 기억이 선명하게 되살아나는지를 규명했다(덧붙이면 뇌에는 통 각이 없으므로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지만 이런 실험의 허용 여부는 연구윤리의 본질과 맞닿은 문제여서 쉽게 답할 수가 없다). 그 의 잘 알려진 업적 중 하나로, 라마찬드란도 참고한 연구는 측두엽과 신체 부위가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그린 지도다. 펜 필드는 신중히 검토하고 연구를 진행한 끝에 피질과 각 기관의 관계를 밝혀냈고 뇌의 양쪽에 테이프처럼 뻗은 영역을 자 극하면 다양한 감각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1950년 펜필드는 공동연구자와 함께 뇌의 국제 기능을 나타낸 뇌지도를 발표했다. 손바닥을 담당하는 뇌 부위를 맵 핑 Mapping 하는 등의 업적은 여기서 탄생했다. 지도가 증명한 바에 따르면, 손바닥의 감각과 운동을 담당하는 뇌 영역은 다른 부위에 비해 훨씬 광범위하다.
뇌에서 각 감각 영역이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인체를 그 펴보면 다음 페이지처럼 기묘한 모습이 된다. 손과 입이 비 정상적으로 거대해지는데, 우리 뇌는 손가락과 입술에서 얻은 정보를 중시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인간의 심리를 수동적인 것과 능동적인 것으로 구분할 때가 많다. 그래서 외부의 자극을 받은 후에 보 이는 반응이나 행동을, 외부에 주체적으로 작용하는 행동과 구분한다. 펜필드 역시 나름의 기준에 따라 수동적인 것을 감각성, 주체적인 것을 운동성으로 표현했다.
우리 뇌 속의 유령
라마찬드란은 뇌는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 2장에서 눈으로 보는 행위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뇌가 두 가지 경로로 대상을 지각한다고 소개했다. '무엇을 What'과 '어떻게 How'의 경로다.
예를 들어 '맹시 Blindsight'는 시지각이 상실된 상태에서도 눈앞의 형상을 감지하는 현상으로, 의식적으로는 보이지 안 지만 무의식적으로는 볼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또한 좌우 어느 한쪽의 시각피질이 손상되면 반대쪽 물체가 보이지 않는다.
왼쪽 시각피질이 손상되면 오른쪽 물체가 안 보인다.
그런데 로렌스 바이스크란츠 Lawrence의 연구에 의하면, 왼쪽 시각피질이 손상된 사람의 오른쪽 방향으로 광점을 내보낸 뒤 그 광점의 위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도록 주문하자 매우 높은 확률로 성공했다고 한다.
우리는 외부의 물체를 볼 때 그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있는지(가로, 세로, 높이의 3차원 중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판단한 다. 어디에 '어떻게'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진화적으로 오래된 경로다. 반대로 말해 '무엇'이 있는지를 보는 것은 진화 적으로 새로운 경로라는 뜻이다.
외부가 적으로 가득 차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보다 '어떻게' 있는지가 중요한 정보다. 즉 그것이 이쪽으로 향하는지, 반대쪽으로 가는지 등의 정보가 그것이 무엇인지보다 중요하다.
자신이 보는 물체가 사자인지 토끼인지보다 그 물체 가 자신을 잡아먹으러 오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보고 말하는 것은 인류에게 뒤늦게 나타난 현상이다.
인간은 말을 할 수 있게 되면서 개념으로 세상을 표현하게 되었다.
가혹한 외부세계에 맞서 살아남으려 한다면 말 따위는 필요 없을 것이다. 말이 존재하기 때문에 좌우 어느 한쪽의 시각피질이 손상되면 반대쪽이 안 보이는 현상도 나타난다. 말이 탄생하기 이전의 상태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몸으로 즉각 반응할 수 있을 것이다.
라마찬드란은 이런 상태를 가리켜 '뇌 속의 유령'이라고 표현했다.
우리가 개념으로 세상을 말하게 된 탓에 잃어버린 것도 존재한다. '맹시'라는 이름 자체가 애초에 잘못된 것은 아닐까?
몸은 하드웨어, 정신은 소프트웨어
라는 말은 진실인가? 《데카르트의 오류 Descartes' Error》, 안토니오 다마지오 Antonio Damasio (원저 1994)
뇌신경 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데카르트의 오류>는 심신이원론을 비판하며 유기체로서의 마음, 뇌, 몸의 관 계를 규명한다.
데카르트 Rene Descartes가 생각한 것처럼, 뇌는 컴퓨터이며 마음은 프로그램이라는 식으로 둘을 서로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마지오의 소매틱 마커 가설 somatic Markers Hypothesis 이란 무엇일까? 인간은 외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때, 혹은 뭔가 를 하려고 할 때 온몸으로 반응한다. 그래서 이성적 사고만으로 일상 속에서 다양한 선택과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는 것이 다마지오의 주장이다. 몸을 근거로 하는 화학적 반응, 화학적 반응을 근거로 하는 감정적 반응이 있어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이 책은 전 세계 30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보스턴의 실어증 연구소에서 행동 신경학을 배운 후, 1976년부터 2005년까지 아이오와대 과대학에서 신경과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서던캘리 포니 아대 뇌과학연구소 소장이다. 그의 첫 책 《데카르트의 오류>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북 어워드 LA Times Book Awards' 후보에 올랐다.